한 달 만에 그날 찍은 사진을 처음부터 넘겨봤다. 서울 강아지장례식장을 찾던 검색 기록도 아직 남아 있었다. 강아지 장례 비용을 검색해놓고, 정작 후기에서는 가격보다 ‘다 좋았다’는 말부터 의심했던 기억이 난다. 반려동물 장례는 처음인데 무엇을 기준으로 믿어야 할지 모르겠더라.
우리 아이는 열세 살, 함께 산 시간도 13년이었다. 13kg의 믹스견. 검은 등과 갈색 귀, 하얀 발이 익숙해서 사진을 넘기다가도 자꾸 발 쪽에서 멈춘다.
당일에는 글을 쓸 생각이 없었다. 남편과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한동안 그랬다. 지금은 내가 처음 궁금했던 것 정도는 남길 수 있을 것 같다. 좋았다는 말만으로는 알아보기 어려웠던 부분들이다.
전화할 때 적어둔 금액부터
노원구 집에서 알아보며 ‘서울 강아지 장례식장 후기’를 여러 번 검색했다. 가까운 곳을 찾다가도, 실제로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 다시 지도를 열었다. 서울에서 검색했다고 시설도 서울 안에 있는 건 아니었다.
해피엔딩에 상담하면서 먼저 확인한 건 기본 금액과 우리가 고를 항목이었다. 아이 체중 기준 기본 화장비는 26만원. 수의와 관, 수수한 꽃장식을 더해 총 56만원. 추가한 세 가지를 합친 금액은 30만원이었다. 기본 유골함도 포함된다고 확인했다.
나는 휴대전화 메모에 그 두 줄을 적었다. ‘기본 26, 전부 56.’ 상품 설명을 길게 기억할 자신은 없었다. 남편에게도 이 금액으로 진행하자고 보여줬다.
둘이 자차로 아이를 데려갔다. 도착해서 남편이 이동장을 내려놓는 동안 나는 잠깐 사진을 찍었다. 이제 와서 보니 대기공간은 한쪽만 잘려 있고 이동장이 사진 대부분이다. 그날 내 눈에는 아이가 먼저였던 것 같다.

털을 닦는 모습을 보고 나서
아이를 준비대로 옮기고 몸을 정돈하는 것부터 곁에서 지켜봤다. 장례라는 말을 들으면 나는 관에 누운 모습부터 떠올렸는데, 그 앞에도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몸을 닦고 털을 정리하는 동안 발을 받쳐주는 손이 보였다. 하얀 털 사이로 닦던 천이 천천히 움직였다. 사진을 한 장 찍고는 휴대전화를 내렸다. 화면으로만 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
시설이 깨끗한지는 나도 처음에 살폈다. 막상 그 안에 있으니 벽이나 조명보다 아이를 옮기고 정돈하는 과정이 더 눈에 들어왔다.

준비한 수의로 몸을 감쌌다. 발과 꼬리도 안으로 들어갔고, 인사하는 동안에는 얼굴을 볼 수 있게 했다. 관에 눕힌 뒤 가장자리 천을 다시 정리했다.
나는 아이 머리 쪽에 조금 떨어져 서 있었다. 평소에는 귀를 만지면 고개를 돌리곤 했는데, 그날은 손을 어디에 둬야 할지 잠깐 망설였다. 남편은 관 옆으로 의자를 당겼다.

꽃은 수수하게, 인사는 서두르지 않고
꽃장식은 화려하게 하지 않았다. 관 안쪽으로 흰 꽃이 놓이고 나니 우리가 부탁한 정도로 단정했다. 아이 얼굴을 가리지 않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남편은 의자에 앉아 한동안 관 가까이 손을 두고 있었다. 나는 반대편에 서 있다가 자리를 바꿔 앉았다. 둘이 같은 말을 하지는 않았다. 내가 이야기를 꺼내면 남편이 짧게 대답했고, 그러다가 또 조용해졌다.
충분히 인사하고 다음 순서로 넘어갔다. 몇 분이었는지는 적어두지 않았다.

화장을 준비할 때는 얼굴까지 천으로 덮었다. 마지막으로 보던 갈색 귀가 가려지는 순간은 사진을 찍지 않았다.
참관하는 쪽에 서니 아래는 벽이고, 위쪽 유리창으로 설비가 보였다. 검정 커튼이 걷힌 부분 너머는 생각보다 어두웠다. 그래도 관이 준비돼 있다는 건 알아볼 수 있었다. 우리가 서 있는 공간과 안쪽은 분리돼 있었다.
나는 창 가까이에서 한 장만 남겼다. 관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고 나서는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었다. 남편도 옆에 있었지만 창 앞에 나란히 서서 내내 같은 곳만 보고 있지는 않았다. 잠깐 뒤로 물러나기도 하고, 다시 가까이 가기도 했다.

유골함을 받기 전에도 확인할 과정이 있었다
화장이 끝난 뒤 유골을 수습하는 모습을 봤다. 그 전까지는 막연히 가루만 떠올렸다. 실제로 눈앞에 나온 건 크기가 다른 뼛조각과 작은 파편이었다.
그다음 유골함에 담기도록 분골하는 과정이 이어졌다. 당일에는 설명을 듣고도 머릿속에서 순서가 잘 연결되지 않았다. 지금 사진을 넘겨보니 아, 여기까지 보고 그다음 함을 받았구나 싶다.
우리는 기본 유골함을 받기로 했다. 무늬 없는 아이보리색 함이었다. 유골을 담고 뚜껑을 닫는 것을 확인한 뒤, 보자기로 감싸는 모습까지 지켜봤다.
천의 모서리를 모아 매듭을 만드는 동안 남편이 옆에서 기다렸다. 나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사진을 남겼다. 나중에 무엇을 어떻게 받았는지 기억해두고 싶었다.

돌아갈 때는 남편이 보자기에 싸인 유골함을 두 손으로 받쳐 들었다. 나는 차 문을 열고 나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들어올 때의 이동장과 나갈 때의 작은 보따리가 한 사진첩에 있다.
집으로 가져오는 길에는 장례가 어땠다는 이야기를 길게 하지 않았다. 도착해서 어디에 둘지만 짧게 얘기했다.
한 달 뒤에도 남아 있는 메모
오늘 다시 확인한 장례 비용은 56만원이다. 기본 화장비 26만원에 수의·관·꽃장식 30만원을 더한 금액이고. 우리가 선택한 항목과 기본 유골함을 구분해 적어두니 이제는 숫자가 헷갈리지 않는다.
상담 때 적은 내용과 현장에서 진행한 것, 마지막에 확인한 금액이 크게 다르지 않았던 점은 좋았다. 특별한 말을 많이 들었다기보다, 처음 물었던 것들이 끝까지 이어졌다는 쪽에 가깝다.
불편한 점도 있었다. 노원구에서 직접 이동하는 일이 가볍지는 않았다. 거리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아이를 데려가는 길이라 평소 운전과는 달랐다. 그리고 그날은 설명을 들어도 다 기억하기 어려웠다. 모르는 걸 그때 더 물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한 달 뒤에야 든다.
처음 후기들을 볼 때 내가 찾던 것도 이런 내용이었다. 무엇을 골랐는지, 얼마를 냈는지, 어디까지 지켜봤는지. 우리에게는 선택한 장례를 처음 설명대로 마치는 것이 우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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