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에서 강아지장례식장을 알아보고 찾아온 가족이었다. 상담 테이블 위에 종이 한 장이 놓여 있었다.
모서리가 자꾸 말려 올라와서 초등학생 아이가 손바닥으로 누르고 있었다.
부모님은 방문 전부터 자녀도 함께 장례에 참여할 수 있는지, 화장하는 과정까지 볼 수 있는지 물어보셨다.
그런데 막상 세 분이 자리에 앉으니,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테이블 위의 그림이었다.

가족의 강아지는 열두 살 비숑프리제였다.
부모님과 함께 지낸 지 열두 해.
초등학교 3학년인 자녀가 태어나기 전부터 집에 있던 아이였다.
남양주에서 오신 부모님은 40대였다.
처음 전화하셨을 때는 강아지의 정확한 체중을 모르셨다. 대략적인 크기를 듣고 안내할 수 있는 부분부터 설명드렸고, 비용은 체중을 확인한 뒤 다시 말씀드리기로 했다.
방문해서 확인한 체중은 6.4kg이었다.
장례비용보다 더 오래 물어보셨던 건
6.4kg 강아지의 기본 화장비는 23만 원이었다.
기본 유골함이 포함된 금액이다. 수의나 관처럼 별도로 선택하는 항목은 추가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안내드렸다.
아버지는 비용을 확인하고 나서 자녀가 어디에 있어도 되는지 물으셨다.
화장할 때도 같이 볼 수 있는지, 마지막 인사를 한 뒤에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부모님은 아이를 데려오는 문제를 꽤 오래 고민하셨다고 했다.
무서운 기억으로 남을까 걱정도 되고, 그렇다고 마지막 인사를 못 하게 하는 게 맞는지도 모르겠고.
시설 사진도 찾아보고 진행 과정도 확인한 뒤 함께 오기로 하셨다고 했다.
전체 장례 절차를 설명드렸다.
몸과 털을 정돈한 뒤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다른 아이와 섞이지 않도록 개별 화장을 진행한다. 화장이 끝나면 유골을 수습하고 선택한 방식으로 마무리한다.
자녀도 옆에서 듣고 있었다.
설명할 때는 너무 어려운 말을 쓰지 않으려고 했다. 그렇다고 화장을 잠깐 자는 일처럼 이야기하지도 않았다.
강아지가 죽었다는 사실, 그리고 화장이 끝나면 몸의 모습이 달라진다는 내용을 부모님과 함께 듣는 자리에서 설명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중간에도 물어봐도 된다고 했다.
스타펫에서는 보호자가 원하면 장례 전 과정을 참관할 수 있다.
가족은 자녀도 끝까지 함께하기로 했다.
중간에 힘들거나 쉬고 싶으면 대기실로 이동해도 된다고 안내드렸다. 부모님도 그 부분을 확인하셨다.
테이블 위에는 아이가 집에서 그려 왔다는 그림이 있었다.
하얀 강아지, 초록색 풀, 노란 동그라미.
아이가 그림을 보여줬다.
추모할 때 강아지 곁에 펼쳐 두었다가 집에 가져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숑의 곱슬한 털을 정돈하던 시간
이번 가족은 별도의 수의나 관을 선택하지 않았다.
수의나 관을 추가하지 않아도 몸과 털을 정돈하는 기본 과정은 진행된다.
흰 천을 정리하고 강아지의 몸을 조심스럽게 옮겼다.
비숑 특유의 곱슬한 털이 얼굴을 가리지 않도록 살펴보며 정돈했다.
어머니는 작업대 가까이에서 지켜보셨다.
아버지는 자녀 옆에 서 계셨고.
아이는 처음에 부모님 뒤에 있다가 정돈이 거의 끝날 무렵 한 걸음 옆으로 나왔다.
손을 멈추고 강아지가 잘 보이는 쪽을 가리켜 드렸다.
가까이 다가와도 된다고 재촉하지는 않았다.
작업대 위에 사용하던 도구를 먼저 치웠다. 손을 뻗을 수 있는 거리여서 주변도 다시 정리했다.
그다음 가족이 아이를 볼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켰다.

추모 공간에서는 자녀가 가져온 그림을 강아지 곁에 펼쳤다.
얼굴이나 몸을 가리지 않는 쪽이었다.
그림 한쪽 모서리가 또 말려 올라왔다. 어머니가 종이를 조금 옮겼고, 자녀는 그 옆에 손을 올려놓았다.
인사가 끝나면 알려 달라고 말씀드렸다.
아버지가 먼저 손을 내리셨다.
그런데 어머니와 자녀는 아직 가까이 서 있었다.
아버지는 자녀 뒤쪽으로 자리를 옮기셨고, 나는 옆으로 조금 비켜섰다.
한동안 그대로 있었다.
이제 다음 절차를 안내해도 되는지 부모님께 다시 확인했다.
그림을 챙기고 화장 자리로 이동했다
추모를 마친 뒤에는 먼저 그림을 챙겼다.
자녀가 종이를 들어 올리자 어머니가 옆에서 받쳐 주셨다.
종이가 접히지 않게 조심하면서.
테이블 위에 다른 소지품이 남아 있지 않은지도 확인했다.
화장 자리에서는 부모님 사이에 자녀가 섰다.
설비에 가까이 다가가지 않아도 진행 과정을 볼 수 있는 위치였다.
화장을 시작하기 전 앞으로 어떤 일이 진행되는지 다시 한번 설명드렸다.
자녀도 부모님 곁에 그대로 있었다.
어머니는 그림을 들고 있었고, 아버지는 자녀 옆에 서 계셨다.
나는 설비를 확인하고 화장을 진행했다.

화장하는 동안에도 세 분은 함께 참관하셨다.
진행 단계가 달라질 때마다 지금 어떤 작업을 하는지 알려 드렸다.
부모님이 질문하면 자녀도 함께 들을 수 있는 자리에서 답했다.
화장이 끝나고 유골을 수습했다.
가족에게 보여 드리기 전에 이제 어떤 모습을 확인하게 되는지 먼저 설명드렸다.
자녀는 부모님 옆에서 함께 보았다.
그다음은 유골을 어떻게 할지 정해 놓은 방식에 따라 진행할 차례였다.
기본 유골함에 담는 경우에는 분골 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이번 가족은 메모리얼 스톤을 선택하셨다.
그래서 유골을 수습한 뒤 분골하지 않고 다음 제작 공정으로 이어갔다.
아이가 원했던 메모리얼 스톤
스톤 이야기는 상담할 때부터 나왔다.
화장한 뒤 유골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설명하던 중에 자녀가 스톤으로 남기고 싶다는 뜻을 보였다.
부모님께 제작 방식과 비용을 다시 안내드렸다.
세 분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신 뒤 스톤 제작을 요청하셨다.
메모리얼 스톤 추가비용은 20만 원이었다.
기본 화장비 23만 원과 별도여서, 이번에 선택한 두 항목의 금액은 합계 43만 원이었다.
스톤 제작에는 약 한 시간이 걸린다고 말씀드렸다.
어떤 색으로 만들어지는지도 궁금해하셨다.
스타펫의 메모리얼 스톤은 100% 순수 유골로 제작한다.
다른 재료를 넣어 원하는 색으로 만드는 방식이 아니다.
유골의 상태나 제작 당시의 온도 등에 따라 색이 달라질 수 있어서 완성되기 전에는 결과를 알 수 없다.
하얀 비숑이라고 해서 하얀 스톤이 나오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설명드리고 제작을 진행했다.
수습한 유골은 분골하지 않은 상태로 특수 장비와 이용해 고온에서 녹이는 공정을 거친다.
약 한 시간은 스톤을 제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장례 전체가 한 시간 만에 끝나는 것은 아니다.
가족은 이 과정도 함께 참관하셨다.

가족에게 스톤을 보여 드렸다.
자녀가 조금 가까이 몸을 기울였다.
아버지는 용기 바닥을 받쳤고, 어머니는 들고 있던 그림을 다시 꺼내 테이블 한쪽에 놓으셨다.
처음 상담할 때 그림을 펼쳐 놓았던 그 자리와 비슷했다.
이번에는 그림 옆에 스톤이 놓여 있었다.
세 분이 살펴보는 동안 기다렸다.
스톤은 강아지의 유골로 만든 것이라고 안내드렸다.
다른 말을 많이 덧붙이지는 않았다.
돌아갈 때도 그림을 두 손으로 들고 있었다
장례를 마치고 귀가할 준비를 하셨다.
어머니는 스톤 용기를 챙기셨다.
아버지는 남은 소지품이 없는지 확인하셨고, 자녀는 그림을 두 손으로 들고 있었다.
다른 짐을 챙기는 동안 그림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테이블 한쪽을 비워 드렸다.
남양주에서 출발하기 전에는 자녀를 데려올지 말지 많이 고민하셨다고 했다.
그날은 세 분이 마지막까지 함께 참관하셨다.
정돈하는 자리에서도, 화장할 때도, 유골을 수습할 때도.
다만 중간중간 서 있는 위치는 조금씩 달랐다.
처음에는 부모님 뒤에 있던 자녀가 옆으로 나오기도 했고, 아버지가 먼저 물러난 뒤에도 어머니와 자녀는 아이 가까이에 남아 있었다.
가족이 돌아간 뒤 상담 테이블을 정리했다.
종이 한 장이 놓여 있던 자리였다.
처음에 자녀가 손바닥으로 누르고 있던 그림의 모서리가 생각났다.
그림은 가족이 잘 챙겨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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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함께하는 일상부터 노령기 돌봄, 이별 준비와 장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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