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이 거의 남지 않은 아이가 담긴, 큰 수건이 깔린 플라스틱 이동 상자가 들어왔습니다.
수건 밖으로 나온 앞다리에는 털이 거의 없었습니다. 배와 옆구리도 듬성듬성했고, 붉고 거칠어진 피부와 말라붙은 딱지가 보였습니다. 몸은 많이 말라 허리선이 가늘었고, 남아 있는 털에는 오래 엉긴 오염이 있었습니다.
반려동물 장례라고 하면 흔히 가족의 품에서 충분히 사랑받다가 꽃과 편지 속에서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나는 모든 아이의 마지막이 그렇지는 않습니다.
누군가의 품에서 떠나는 아이가 있는 반면, 돌봄을 충분히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흔적을 몸에 남긴 채 장례식장에 들어오는 아이도 있습니다.
이 아이의 마지막 모습 역시 보기 편한 상태는 아니었습니다.
현실을 감추지 않는 것과 상처를 보여주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저희는 전체 상태를 알아볼 수 있는 거리를 두고 기록하고, 피부가 벗겨졌거나 진물이 있는 부분처럼 불필요한 노출이 될 수 있는 곳은 천과 블러로 가립니다.

우선 상자째 작업실 안쪽으로 옮겼습니다
입구 가까운 작업대에 방수포와 흡수 패드를 펴고, 장갑과 앞치마부터 꺼냈습니다. 바닥에는 이동하며 떨어진 털과 작은 오염이 있어 다른 직원이 바로 닦았습니다.
아이를 다른 개체가 있는 공간과 분리한 뒤 인계자, 성별, 특징, 이름 또는 식별번호를 확인했습니다. 보호소나 구조단체에서 온 경우에는 그곳에서 사용하던 번호를 그대로 이어 적습니다.
이런 아이의 장례는 처음부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추모 장면과는 조금 다릅니다.
꽃보다 흡수 패드가 먼저 필요하고, 편지를 놓기 전에 아이의 상태와 인계기록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사진에 남는 것도 잘 갖춰진 의식이 아니라 젖은 패드, 반쯤 열린 소모품 상자, 급히 묶은 앞치마 같은 실제 작업 흔적입니다.
보호자가 곁에 없다고 해서 확인해야 할 절차까지 줄어들어서는 안 됩니다.
누가 보고 있느냐와 관계없이 이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확인하고, 다른 아이와 섞이지 않도록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같은 기록을 따라가게 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피부를 보되 병명을 쓰지 않았습니다
등 쪽 탈모, 다리 안쪽의 붉은 피부, 발 주변의 딱지, 야윈 체형.
눈으로 확인되는 위치와 정도를 적었습니다. 열린 상처로 보이는 부분은 확대하지 않고 기록용 사진에서도 필요한 범위 이상 노출하지 않았습니다.
아이의 모습을 가까이서 보면 여러 생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왜 털이 이렇게까지 빠졌을까.
얼마 동안 이런 상태였을까.
조금 더 일찍 누군가 발견했다면 달라졌을까.
하지만 장례 현장에서 그 이유까지 만들어내서는 안 됩니다.
장례지도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이에게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추측은 덜어내되, 아이가 마지막에 가지고 온 모습까지 지우지는 않습니다.

씻기기 전에 물어봐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이의 상태를 보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씻겨주고 싶다는 것입니다.
엉긴 오염을 닦아주고, 털을 정리하고, 몸에 남은 흔적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확인이 끝나지 않았다면 기존 수건과 포장, 식별표를 유지하고 정돈 작업을 멈춥니다.
진행이 가능하다는 확인을 받은 뒤에야 털 사이의 오염을 가능한 만큼 닦고 새 패드로 바꿉니다.
붙어 있는 딱지를 억지로 떼지 않습니다. 피부를 원래 상태처럼 보이게 만들려고 무리하게 손대지도 않습니다.
이미 지나간 시간을 장례식장에서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상태에서 아이에게 더 불필요한 자극을 주지 않으면서 마지막을 정돈하는 것입니다.
보호자가 볼 수 있는 모습도 현실적이어야 합니다
피부 손상이 넓다고 해서 전신을 꽃이나 천으로 완전히 덮어버리지는 않습니다.
얼굴 상태가 비교적 괜찮다면 얼굴과 앞발은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두고, 벗겨진 피부나 열린 상처처럼 굳이 그대로 노출할 필요가 없는 부분만 부드러운 천으로 가립니다.
기록 사진을 남길 때도 같은 기준을 적용합니다.
아이의 상태를 알 수 있을 정도는 남기되, 상처 자체가 사진의 중심이 되게 하지 않습니다.
이런 장례를 기록하는 이유는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이런 상태로 마지막을 맞는 반려동물도 실제로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모든 반려동물이 아름다운 이별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지막까지 외면받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화장로 앞에서도 작업복 차림 그대로 확인했습니다
정돈이 끝나면 관의 식별표와 인계 기록을 다시 맞춥니다.
직원은 작업복과 장갑을 착용한 상태에서 이동대를 밀고, 화장 설비 앞에서 번호를 한 번 더 확인합니다.
가족이 함께하는 장례에서는 이 과정에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사진을 들고 있는 보호자가 있고, 마지막으로 아이를 쓰다듬는 손이 있고, 관 앞에서 한참을 떠나지 못하는 가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날은 그런 장면이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아이의 장례 과정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식별 정보를 확인하고, 다른 아이와 섞이지 않도록 한 아이씩 개별 화장을 진행합니다.
화장이 끝난 뒤에도 유골을 확인하고 수습하는 과정은 같습니다.
누군가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도 보고 있지 않아도 해야 하는 절차이기 때문입니다.
문을 닫고 난 뒤 남은 것
장례가 끝난 뒤 사용한 패드를 버리고 작업대를 닦았습니다.
바닥에 붙은 털을 다시 쓸고, 사용한 물품을 정리했습니다. 기록에는 필요한 내용만 남겼고, 외부에 보여줄 자료에서는 상처가 불필요하게 노출되는 부분을 가렸습니다.
작업실은 다시 다음 아이를 받을 수 있는 상태가 됐습니다.
하지만 이런 장례를 하고 나면 쉽게 지워지지 않는 장면이 있습니다.
털이 거의 남지 않았던 몸.
거칠어진 피부.
많이 야윈 체형.
그리고 마지막에 그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기다리고 있는 가족이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반려동물 장례 현장에는 충분히 사랑받고 가족의 품에서 떠난 아이들만 오는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에게 외면받은 것으로 보이는 흔적을 가진 아이도 옵니다.
보호소와 구조 현장을 거쳐오는 아이도 있고, 마지막 인사를 해줄 보호자 없이 인계되는 아이도 있습니다.
이런 현실을 꽃과 좋은 말로만 덮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장례가 아이의 생전을 대신 보상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이미 지나간 시간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다만 마지막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있습니다.
오염된 패드를 깨끗한 것으로 바꿔주는 것.
손댈 수 있는 부분은 조심스럽게 정돈하는 것.
상처를 구경거리로 만들지 않는 것.
이름이나 식별번호를 처음부터 끝까지 확인하는 것.
다른 아이와 섞이지 않도록 한 아이씩 화장하는 것.
그리고 화장이 끝난 뒤 남은 유골까지 확인하고 수습하는 것입니다.
누군가에게는 너무 당연한 장례 절차입니다.
하지만 모든 반려동물이 생의 마지막까지 그 ‘당연한 대우’를 받는 것은 아닙니다.
살아온 시간을 장례가 바꿀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마지막 과정만큼은 한 아이의 장례로 끝까지 진행하려 합니다.
이날을 기억하게 만드는 것은 꽃이나 특별한 의식이 아니었습니다.
털이 없고 피부가 상한 모습도 분명 그 아이의 마지막 상태였다는 사실.
그리고 그런 모습으로 도착했다는 이유 때문에 장례 절차까지 가벼워져서는 안 된다는 점이었습니다.
해피엔딩이 이런 장례를 기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잘 정돈된 아름다운 이별만이 반려동물 장례의 전부인 것처럼 이야기하지 않으려 합니다.
현장에는 이런 아이들도 옵니다.
그리고 이런 아이들 역시 마지막에는 한 아이로 확인되고, 정돈되고, 개별 화장을 거쳐, 남은 유골까지 수습됩니다.
모든 반려동물이 아름다운 이별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현실을 없었던 것처럼 만들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마지막 순간만큼은 다시 외면받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것이 해피엔딩에서 이런 아이들의 장례를 진행할 때 지키려고 하는 기본입니다.
더 알아보고 싶으시다면
반려동물과의 시간을
조금 더 따뜻하게 기억할 수 있도록
처음 함께하는 일상부터 노령기 돌봄, 이별 준비와 장례까지.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모든 시간을 조금 더 따뜻하고 덜 후회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를 차분히 정리해두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