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의 팔을 구한 10분 놀이
비가 정말 하루 종일 오던 일요일이었어요.
아침 산책은 겨우 다녀왔는데 오후가 되니까 비가 더 많이 오더라고요.
문제는 저희 집 보더콜리였어요.
아침 산책이 짧았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는 얼굴로 저를 계속 쳐다봤어요.
결국 공을 꺼냈죠.
던졌어요.
물어왔어요.
또 던졌어요.
또 물어왔어요.
처음에는 저도 신나게 놀아줬는데 스무 번쯤 넘어가니까 슬슬 팔이 아프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소파에 기대서 대충 던졌더니 그것도 정확하게 물어오더라고요.
30번쯤 던졌을 때는 제가 먼저 지쳤어요.
그런데 아이는 공을 제 무릎 위에 올려놓고 쳐다봤어요.
표정이 딱 이랬어요.
“이제 시작하는 거지?”
아니.
나는 끝났는데.
그날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했어요.
강아지랑 논다는 게 정말 공을 지칠 때까지 던져주는 것밖에 없을까?

공을 숨겨봤더니 처음에는 저만 신났어요
휴대전화로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냄새를 맡으면서 찾는 놀이도 꽤 좋은 활동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바로 해봤어요.
처음에는 제가 너무 어렵게 시작했어요.
공을 다른 방 구석에 숨겨놓고
“찾아!”
했죠.
저는 뭔가 멋진 노즈워크가 시작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이가 방을 찾는 게 아니라 저를 쳐다보더라고요.
“뭘?”
하는 얼굴로요.
그때 알았어요.
저한테는 어디에 숨겼는지 너무 뻔하지만 아이는 지금 무슨 게임을 시작한 건지도 모른다는 걸요.
그래서 다시 처음부터 했어요.
수건을 하나 펼치고 평소 먹는 사료 몇 알을 그냥 위에 올려놨어요.
“찾아.”
이번에는 바로 먹었어요.
다음에는 수건 끝을 살짝 접었어요.
코로 킁킁거리다가 찾았어요.
그다음에는 조금 더 접어봤고요.
몇 번 하니까 제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코부터 수건 안으로 들어가더라고요.
신기했던 건 이때였어요.
공을 던질 때는 계속 저를 쳐다보면서
‘다음 거 빨리.’
하는 느낌이었는데, 냄새를 찾기 시작하니까 저한테 관심이 없어졌어요.
코를 박고 혼자 엄청 바빴어요.
공은 제가 계속 던져줘야 했는데
수건 한 장을 줬더니 갑자기 혼자 출근한 것처럼 바빠졌어요.

욕심내서 어렵게 했더니 수건을 물고 도망갔어요
여기서 제가 또 욕심을 냈어요.
잘 찾으니까 재미있어서 이번에는 사료를 수건 안쪽 깊숙이 숨겼거든요.
그랬더니 한참 냄새를 맡다가 갑자기 수건을 통째로 물고 흔들기 시작했어요.
제가 생각한 놀이는 이게 아니었는데요.
결국 다시 펼쳐줬어요.
그러니까 또 잘 찾더라고요.
그때부터 아이가 너무 오래 헤매면 난도를 다시 낮췄어요.
방 안에 숨길 때도 처음에는 거의 보이는 곳에 놓았고요.
익숙해지고 나서 조금씩 찾기 어렵게 했어요.
이런 놀이를 할 때는 간식을 따로 많이 주기보다 하루에 먹을 사료에서 조금 덜어 쓰는 것도 괜찮았어요.
그리고 종이나 천을 뜯어먹는 아이라면 수건이나 종이컵을 이용하는 방식은 조심해야 해요.
저희 아이도 수건을 물고 흔드는 걸 보고 나서는 혼자 두고 하게 하지는 않았어요.
여러 마리를 함께 키우는 집이라면 먹을 것을 두고 경쟁할 수도 있으니까 공간을 나눠서 하는 게 안전하고요.

터그도 해봤는데, 제가 흥분시키고 있더라고요
저희 아이가 좋아하는 게 또 하나 있어요.
터그예요.
장난감을 꺼내는 순간 눈빛부터 달라져요.
예전에는 저도 신나서 세게 당겼어요.
아이가 당기면 저도 당기고,
놓으면 다시 흔들고,
점점 더 흥분하게 만들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놀고 나면 끝내기가 정말 힘들었어요.
장난감을 치우려고 하면 계속 따라오고 다시 하자고 했거든요.
그래서 놀이 방법을 조금 바꿨어요.
시작할 때는 항상 같은 말을 하고,
중간에 한 번씩
“놔.”
하고 멈췄어요.
놓으면 잠깐 기다렸다가 다시 시작했고요.
마지막에는
“끝.”
이라고 말하고 장난감을 치웠어요.
처음에는 ‘끝’이라고 해도 전혀 안 끝났어요.
장난감 넣은 곳 앞에서 기다렸어요.
저를 쳐다봤어요.
다시 꺼내달라고 했어요.
그래도 계속 같은 방식으로 하다 보니 지금은 예전보다는 마무리가 쉬워졌어요.
터그할 때도 장난감을 너무 높게 들어서 아이의 네 발이 바닥에서 뜨게 하지는 않았어요.
바닥 가까이에서 좌우로 움직이는 정도로 놀았습니다.
특히 어린 강아지나 노견, 목·허리·관절이 불편한 아이라면 세게 당기는 방식은 피하는 게 좋아요.
놀이하다 손을 물거나 장난감을 지키면서 몸이 딱딱하게 굳고, 으르렁거리는 분위기가 평소 놀이와 다르게 느껴진다면 그냥 계속 놀기보다는 거리를 두고 전문가에게 물어보는 게 좋고요.

결국 저희 집은 ‘10분 코스’가 생겼어요
몇 번 이것저것 해보다 보니까 저희 집만의 순서가 생겼어요.
거창한 건 아니고 딱 10분 정도예요.
처음 2분은 손 터치나 앉기처럼 이미 알고 있는 걸 몇 번 해요.
이때 아이가 움직이는 모습도 같이 봅니다.
평소보다 느린지,
한쪽 다리를 불편해하지는 않는지,
오늘 유난히 하기 싫어하는지.
괜찮으면 그다음은 냄새 찾기를 해요.
수건에 사료를 숨기기도 하고 종이컵 세 개를 놓고 하나에만 사료를 넣어보기도 했어요.
가끔은 방석 주변에 사료를 몇 알 놓고 찾게 하고요.
그리고 2분 정도는 아이가 좋아하는 걸 합니다.
터그를 할 때도 있고,
공을 짧게 굴릴 때도 있고,
제가 방으로 숨어서 저를 찾게 할 때도 있어요.
마지막에는 일부러 쉬운 걸 하나 시켜요.
사료 한 알을 쉽게 찾아먹게 한 다음
“끝.”
하고 장난감을 치웁니다.
물 마시고 자기 방석으로 가면 진짜 끝이에요.
처음에는 10분 가지고 운동이 되나 싶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공만 계속 던져줬을 때보다 놀이가 끝난 뒤 차분하게 쉬는 날이 있었어요.
그때부터 저도 ‘얼마나 오래 놀았느냐’만 보지는 않게 됐어요.

나이가 들면 놀이도 같이 나이를 먹어야 하더라고요
이건 저희 아이가 나이를 먹으면서 더 느끼게 된 부분이에요.
예전에는 공을 높이 던져도 점프해서 잡았고 급하게 방향을 바꾸는 것도 별로 걱정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나이가 들면 똑같이 놀 수는 없더라고요.
공을 높이 던지는 대신 바닥으로 천천히 굴릴 수도 있어요.
간식을 높은 곳에 숨기지 않고 코 가까운 높이에 둘 수도 있고요.
앉아 있는 제 손을 코로 터치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몇 번 반복하면 제법 집중해요.
낮은 상자 안에 냄새를 맡을 걸 넣어두는 방법도 있고요.
특히 미끄러운 바닥에서 공을 쫓다가 급하게 방향을 바꾸거나 소파를 계속 오르내리는 놀이는 조심하게 됐어요.
그리고 평소 정말 좋아하던 놀이를 갑자기 안 하려고 하면
“얘도 이제 재미없나 보다.”
라고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
몸이 불편해서 피하는 걸 수도 있으니까요.
통증이 있거나 수술 후 회복·재활 중인 아이라면 어떤 움직임까지 괜찮은지는 수의사에게 먼저 확인하는 게 안전해요.

재미있어 보여도 안 하게 된 것도 있어요
같이 놀다 보면 아이가 좋아하니까 계속 해주고 싶은 놀이가 있어요.
그런데 좋아한다고 무조건 좋은 놀이는 아니더라고요.
삼킬 수 있을 정도로 작은 공은 사용하지 않아요.
쉽게 떨어지는 부품이 있는 장난감도 피하고요.
종이나 천 조각, 먹을 것이 들어간 장난감을 줄 때는 혼자 두지 않아요.
레이저처럼 아무리 쫓아가도 실제로 잡을 수 없는 대상을 계속 따라가게 하는 놀이도 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해요.
미끄러운 바닥에서 급회전하게 만들거나 높은 곳에서 계속 뛰어내리게 하는 것도 피하고요.
특히 저는 아이가 신나 보인다고 무조건 계속하지 않으려고 해요.
예전에는 헐떡이면서도 공을 가져오면
“아직 하고 싶은가 보다.”
하고 또 던졌거든요.
지금은 헐떡임이 너무 심해지거나 움직임이 흐트러지면 먼저 쉬어요.
어떤 아이들은 너무 신나면 자기가 먼저 멈추지 못하기도 하니까요.
공을 50번 던지지 않아도 잘 놀았던 날이 있었어요
그날 비는 저녁까지 계속 왔어요.
결국 긴 산책은 못 갔습니다.
대신 수건에 사료를 숨겼고,
터그를 조금 했고,
저를 찾게도 해봤어요.
마지막에는 공도 던졌어요.
딱 몇 번만요.
그리고 저는 소파에 앉았고 아이는 물을 마시더니 자기 자리로 갔어요.
조금 있다가 보니까 옆으로 누워서 자고 있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고 괜히 웃겼어요.
오후까지만 해도 공을 무릎 위에 계속 올려놓던 애였거든요.
저도 그날 하나 배웠어요.
강아지를 잘 놀아준다는 게 반드시 사람과 강아지 둘 중 하나가 먼저 지칠 때까지 뛰는 건 아니었어요.
냄새를 맡고,
뭔가를 찾아보고,
사람이랑 신호를 주고받고,
조금 움직이고,
마지막에는 편하게 쉬는 것.
그것도 충분히 잘 논 하루였어요.
해피엔딩에서 보호자분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함께했던 기억이 꼭 특별한 여행이나 큰 행사에만 있는 건 아니더라고요.
비가 와서 밖에도 못 나가던 날,
거실에 수건 하나 펼쳐놓고 사료 몇 알 숨겼던 10분.
공을 던지다 제가 먼저 지쳐서 시작한 이상한 놀이.
그런 별것 아닌 하루가 나중에는 꽤 선명하게 기억나기도 해요.
오늘 비가 오거나 산책을 길게 하기 어려운 날이라면 공부터 50번 던지지 말고 다른 놀이 하나만 해보세요.
우리 아이가 공보다 수건 한 장을 더 좋아할 수도 있으니까요.
※ 이 글은 일반적인 반려생활 정보입니다. 통증, 절뚝임, 호흡 이상, 공격 행동 또는 물건을 삼킨 상황이 있다면 수의사나 행동 전문가에게 상담하세요.
참고 자료: VCA Animal Hospitals, 「Using Enrichment, Predictability and Scheduling to Train Your Dog」, 「Behavior Management – Enrichment and Activity Toys」, 「Dog Behavior and Training – Play and Exercise」; American Kennel Club, 「How to Play Tug-of-War Safely With Your Dog」
더 알아보고 싶으시다면
반려동물과의 시간을
조금 더 따뜻하게 기억할 수 있도록
처음 함께하는 일상부터 노령기 돌봄, 이별 준비와 장례까지.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모든 시간을 조금 더 따뜻하고 덜 후회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를 차분히 정리해두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