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고양이장례 후기, 혼자 가려던 날 친구가 운전해줬어요

혼자 가려던 날, 친구가 운전대를 잡아줬어요

혼자 다녀오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출발할 때가 되니, 돌아오는 길까지 제가 운전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더라고요. 아이를 보내고 난 뒤의 일을 미리 생각하는 것도 버거운데, 운전대를 잡고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생각이 겹쳤습니다. 오래 알고 지낸 친구에게 같이 가줄 수 있겠냐고 물었고, 친구는 별말 없이 차를 가져왔어요. 저는 이동장을 챙겨 조수석에 앉았습니다.

그날 친구가 해준 일은 운전만은 아니었어요. 제가 아이 곁에 있어야 할 때는 조금 물러나 기다리고, 제가 설명을 듣거나 결정해야 할 때에도 대신 답하지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그저 옆에 사람이 한 명 더 있다는 게 다행이라고만 생각했어요. 나중에 사진을 다시 보면서 그게 어떤 도움이었는지 조금 더 알게 됐습니다.

성남에서 출발해 도착하고 나서는 먼저 진행 순서를 들었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뭘 선택해야 하는지보다, 어디까지 제가 지켜볼 수 있는지, 다음에는 무엇을 하게 되는지가 궁금했어요. 설명을 한 번에 다 기억할 자신이 없어서 차례를 다시 확인했습니다. 친구는 옆에서 듣고 있었지만 제 대신 결정하지 않았어요. 그게 오히려 마음에 맞았습니다. 제가 이해하고 고르는 일은 제가 하고, 잠깐 숨을 고를 때 옆에 있어 주는 사람은 따로 있다는 느낌이었어요.

친구가 운전해 준 덕분에, 저는 이동장만 챙겨 도착할 수 있었어요.

아이를 정돈하는 동안

아이를 준비대에 옮긴 뒤 몸과 털을 조심스럽게 정돈했습니다. 저는 가까운 쪽에 앉아 아이 얼굴을 보고 있었고, 친구가 제 옆에서 휴대전화를 들어 몇 장 찍어줬어요. 화면을 확인하거나 잘 나온 사진을 고를 마음은 없었습니다. 그 순간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는 생각과, 나중에 제가 기억을 놓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함께 들었어요. 지금 돌아보면 사진을 남겨달라고 한 건 잘한 일이었습니다. 그때 제 눈에 들어온 건 아이 얼굴뿐이었으니까요.

정돈을 받는 동안 저는 한 걸음 옆에서 아이 얼굴을 보고 있었습니다.

정돈이 끝난 다음에도 곧바로 다음 절차로 넘어가지는 않았습니다. 아이 곁에 앉아 충분히 인사했어요. 하고 싶은 말을 다 했는지 따져보려 하면 오히려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아서, 그냥 한동안 곁에 있었습니다. 친구는 제 어깨 너머로 아이를 보다가 조금 뒤로 물러나 있었어요. 제가 자리에서 일어나고 나서야 다음 과정을 확인했습니다.

화장 준비를 마친 아이는 흰 한지천으로 머리와 몸, 발과 꼬리까지 전부 덮여 있었습니다. 저는 마지막으로 덮인 모습을 확인했어요. 그날은 ‘마지막 사진을 잘 찍어야지’ 같은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친구가 제가 보지 못한 순간을 대신 기록해주고 있었고, 저는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벅찼습니다. 나중에 사진을 보며 그때 놓친 장면을 다시 볼 수 있었지만, 그 순간의 마음까지 사진으로 옮겨지는 건 아니더라고요.

화장 준비를 마친 뒤에는 한지천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덮었습니다.

검정 커튼이 열렸을 때

참관창은 제가 막연히 떠올렸던 통유리와 달랐습니다. 아래쪽은 벽으로 막혀 있고 위쪽에 유리가 있었어요. 검정 커튼이 닫혀 있을 때는 안을 볼 수 없었고, 걷히자 어두운 안쪽과 준비대가 유리 너머로 드러났습니다. 밝게 들여다보이는 공간은 아니었지만, 아이가 있는 위치와 절차가 진행되는 방향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친구는 제가 서 있는 자리 옆에서 휴대전화를 들고 있었습니다. 저는 시선을 돌리지 않고 끝까지 지켜봤어요. 중간에 무슨 말을 했는지보다, 그때 제가 창 앞에 서 있었다는 기억이 더 선명합니다. 친구도 같은 곳을 보고 있었지만, 제 쪽을 재촉하거나 다독이려고 말을 보태지 않았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 침묵이 편했습니다. 제가 보고 있는 걸 친구도 같이 봐주고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했어요.

검정 커튼 너머의 어두운 안쪽을 상단 유리로 지켜봤어요.

화장이 끝난 뒤에는 유골을 확인했습니다. 가루만 한 덩어리로 남아 있는 모습은 아니었어요. 크기가 조금씩 다른 뼛조각과 얇은 파편, 더 작게 부서진 조각이 함께 보였습니다. 제가 지켜본 과정의 끝에 남은 것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뒤 기본 유골함에 담아 인계받았습니다. 별도의 장례용품을 더 고르지는 않았고, 기본 유골함에 담긴 아이를 집으로 데려가기로 했어요. 처음부터 화려하게 꾸미기보다 제가 끝까지 곁에서 지켜보고, 아이를 데리고 돌아가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기본으로 진행했다고 해서 작별 인사가 짧아지는 것은 아니었어요. 제가 원했던 만큼 머물렀고, 처음 안내받은 절차도 끝까지 확인했습니다.

작은 기본 유골함을 받아 들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날의 금액과 집으로 돌아온 뒤

아이 체중은 4kg대였고, 5kg 미만 기본 화장비는 20만 원이었습니다. 별도 유료 품목은 추가하지 않았고 기본 유골함에 담아 받았어요. 금액과 선택한 항목을 다시 짚어보니, 제가 생각했던 범위대로 마무리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절차를 지켜보며 인사하는 일과 어떤 물품을 더 선택할지는 제게 서로 다른 결정이었어요.

집에 돌아와 친구가 찍어준 사진을 넘겨봤습니다. 정돈을 지켜보는 제 모습, 아이 곁에 앉아 있던 모습이 차례로 나왔어요. 그날은 친구가 한 걸음 떨어져 있는 게 단지 자리를 비켜주는 일인 줄 알았습니다. 사진 속 친구는 제가 아이 곁에 있을 때마다 조금 뒤에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제가 듣고, 묻고, 결정할 시간을 빼앗지 않으려고 그랬다는 걸 그제야 알아차렸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도 친구가 운전했습니다. 저는 유골함을 두 손으로 감싸 안고 조수석에 앉아 있었어요. 올 때는 운전해서 돌아갈 걱정까지 하고 있었는데, 갈 때는 그 일을 생각하지 않아도 됐습니다. 창밖을 보다가 유골함을 내려다보고, 다시 창밖을 봤어요. 집에 도착한 뒤 친구에게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길게 설명하지는 못했어요. 그날은 그 짧은 말이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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