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에 남아 있던 메모
장례를 마치고 나서도 동생이 적어 둔 메모가 가방 안에 그대로 있었어요. 그날 들은 순서를 잊지 않으려고 적은 거였는데, 나중에 다시 보니 그 종이가 제가 기억하는 하루의 순서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용인에서 강아지 장례를 알아보고 동생과 함께 움직였어요. 동생이 운전했고, 저는 옆에 앉아 있었습니다. 둘 다 전 과정을 보겠다고 했지만 막상 당일이 되니 설명을 한 번에 다 기억할 수 있을지부터 걱정됐어요.
저희 아이는 3kg 정도의 작은 강아지였어요. 장례 절차를 알아볼 때 체중이 비용 기준에 들어간다고 해서 그 숫자를 다시 확인했습니다. 기본 화장 비용은 할인 없이 20만 원이었어요. 3kg는 5kg 미만 구간이라 그 기준 금액을 적용했습니다. 수의나 관, 꽃장식은 추가하지 않고 기본 한지수의와 기본 유골함으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선택을 많이 하는 게 더 잘 보내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저희는 필요한 절차를 둘이 같이 지켜보는 쪽을 먼저 생각했어요. 별도 상품을 고르지 않아도 정돈과 작별, 참관과 유골 인계까지 동일한 절차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날, 같이 확인했던 것
도착해서 설명을 들을 때 동생은 순서를 메모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부터 꼼꼼하게 질문을 준비한 건 아니었어요.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조금 지나면 방금 들은 내용 중 하나가 잘 떠오르지 않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럴 때는 동생이 메모를 확인하고, 제가 다시 묻고 싶은 부분을 같이 살펴봤어요. 누가 더 침착해서 역할을 맡았다기보다 둘이 같이 들으니 서로 놓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 사람이 모든 내용을 기억해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부담도 덜했고요.
저는 동생이 적는 모습을 보면서도 설명을 들으려고 했습니다. 종이에 적힌 말은 짧았을 거예요. 순서를 잊지 않게 표시해 둔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그 짧은 메모가 그날에는 꽤 도움이 됐습니다. 장례 절차는 낯설고, 듣는 사람은 마음이 복잡할 수밖에 없잖아요. 질문을 미리 다 준비해 가도 현장에서는 생각이 달라질 수 있고, 설명을 들을 때는 알 것 같다가도 다음 단계가 되면 다시 확인하고 싶어질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그때그때 확인하면서 진행했습니다.
아이 곁에서
기본 정돈이 시작될 때는 동생이 휴대전화로 몇 장을 기록했고, 저는 가까운 쪽에서 지켜봤어요. 작은 몸을 정돈하는 손길을 보니 아이의 크기가 더 또렷하게 느껴졌습니다. 사진을 찍으면서도 동생은 계속 화면만 보고 있지는 않았어요. 필요한 순간을 남기고 나면 다시 아이 쪽을 바라봤습니다. 저는 그 옆에서 과정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확인했습니다. 사진을 찍는 일과 마지막 인사를 하는 일은 따로 떨어져 있지 않았어요. 동생이 휴대전화를 내리는 순간에는 저도 화면보다 아이에게 시선을 두었습니다.

인사할 때는 기본 한지수의를 몸 위에 덮어두고 얼굴을 볼 수 있게 했습니다. 별도의 수의나 관, 꽃은 준비하지 않았어요. 소품이 많지 않아도 정돈이 간단하게 끝나는 건 아니었습니다. 저희는 충분히 곁에 머물며 인사했고, 동생은 제가 보지 못한 위치에서 한두 장 더 남겼습니다. 그 시간에 특별한 말을 많이 하지는 않았습니다. 같이 보고 있었다는 사실이 더 크게 남았습니다.

화장 준비가 끝났을 때는 얼굴과 발, 꼬리까지 몸 전체를 덮었습니다. 그 모습을 확인한 뒤 저희는 보호자 쪽 자리에서 전 과정을 지켜봤어요. 참관창은 아래쪽이 벽으로 막혀 있고 위쪽이 유리창이었습니다. 검정 커튼이 닫혀 있을 때는 안쪽이 보이지 않았고, 커튼이 걷히면 어두운 내부가 조금 보였습니다. 창 너머를 밝게 들여다보는 구조는 아니었지만, 아이가 놓인 위치와 절차가 이어지는 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동생도 휴대전화를 내리고 한동안 그쪽을 바라봤어요. 저 역시 메모가 어디까지 적혔는지보다 눈앞의 순서에 집중했습니다.

전 과정을 참관한다는 건 한 장면만 보고 나오는 것과는 다르더라고요. 정돈을 보고, 인사를 나누고, 화장 과정을 지켜본 뒤 유골을 확인하는 순서가 이어졌습니다. 저희는 중간에 자리를 떠나지 않고 같이 있었습니다. 어떤 절차를 선택했는지 뿐 아니라, 다음에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를 둘이 함께 알고 있을 수 있었어요.

돌아온 뒤에도
화장이 끝난 뒤에는 수습된 유골을 확인했습니다. 3kg 아이에게서 나온 양은 크지 않았고, 크고 작은 뼛조각과 작은 파편, 약간의 가루가 섞여 있었습니다. 저는 옆에서 설명을 듣고, 이해가 안 된 부분은 다시 확인했어요. 절차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모든 걸 완벽하게 기억하고 싶어서라기보다, 아이에게 어떤 순서로 작별을 했는지 둘이 같이 알고 싶어서였습니다.

마지막에는 유골을 작은 기본 유골함에 담아 받았습니다. 체중에 맞는 기본 화장 비용 20만 원 외에 별도 상품을 더하지 않아 총액도 20만 원이었어요. 비용을 정리해 두는 것도 필요했지만, 저희에게는 무엇을 선택했는지 둘이 같은 내용으로 알고 있다는 점이 더 중요했습니다. 차로 돌아갈 때는 동생이 운전하고 저는 유골함을 조심스럽게 안고 있었습니다. 손에 들 수 있는 작은 크기였지만, 차 안에서는 제가 계속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있었어요.
시간이 조금 지난 뒤에도 가방 안 메모는 버리지 못했어요. 다시 펼쳐 보려고 챙겨 둔 건 아니었는데, 그대로 들어 있었습니다. 그 종이를 보면 어느 단계에서 무엇을 확인했는지가 먼저 떠오릅니다. 장례를 마친 날의 기억이 한 줄씩 적힌 것처럼요. 용인에서 알아보며 시작한 일정은 그렇게 끝났고,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동생의 메모는 그날 저희가 함께 지켜본 순서를 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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