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보내 준 사진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데 시간이 좀 걸렸어요.
몇 장은 바로 넘겼고, 어떤 사진에서는 손이 멈췄어요.
같은 자리에 있었는데 저는 아이 얼굴만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엄마가 어디에 앉아 있었는지, 아이 몸을 어떻게 정돈해 주셨는지는 사진을 보고 나서야 다시 떠올랐어요.
아빠는 중간중간 휴대전화를 들고 있었어요. 그때는 사진까지 찍을 수 있나 싶었는데, 지금은 지우지 말고 가지고 있어 달라고 했어요. 제가 찍었으면 아마 얼굴만 몇 장 남았을 것 같아요.
상담할 때는 비용부터 물었어요
저희는 용인 수지구에서 부모님과 제가 차로 해피엔딩에 갔어요. 여덟 살, 3.5kg인 작은 아이였어요. 갈색 곱슬털이 귀 옆으로 유난히 많이 나 있었는데, 저는 그 털 만지는 걸 좋아했어요.
도착해서 상담하는 동안 엄마는 의자에 바로 앉지 못했어요. 가방을 내려놓았다가 자리를 조금 옮기고, 다시 아이 쪽을 봤어요. 아빠가 찍은 첫 사진에는 상담 공간과 엄마의 뒷모습이 같이 남아 있어요.
장례 비용은 제가 먼저 물었어요. 이런 날 돈 얘기부터 하는 게 마음에 걸리기도 했는데, 뭘 선택하는지 알고 싶었거든요.
3.5kg이라 기본 화장비는 5kg 미만 기준인 20만 원. 수의와 관, 꽃장식을 더하는 비용이 합해서 30만 원이었고요. 여기에 메모리얼 스톤 제작 25만 원을 추가해서 총 75만 원으로 진행했어요.
수의·관·꽃을 각각 얼마씩 골랐던 건 아니고, 세 가지를 함께 추가한 금액이에요. 꽃은 단정하게 부탁했어요. 스톤은 집에 가져와 보관하기로 하고, 유골 전부를 사용하는 것으로 정했어요.
얼굴만 보고 있었나 봐요
몸을 닦고 털을 정돈해 주실 때 저는 준비대 발치 쪽에 있었어요. 엄마는 아이 가까이 앉았고요.
사진을 보니 귀 옆의 곱슬털을 조심히 정리하는 모습이 찍혀 있었어요. 제가 기억하는 건 그때의 얼굴인데, 사진에는 아이를 받쳐 주는 손과 엄마의 어깨까지 같이 들어가 있어요. 그걸 보니까 그 자리에 다시 서 있는 것 같아서 한동안 다음 장을 못 넘겼어요.

몸을 정돈한 다음 수의로 감싸 주셨어요. 발과 꼬리까지 안에 들어가고 얼굴은 볼 수 있었어요. 관도 아이 크기에 맞는 작은 것이었어요.
흰 꽃 사이에 연한 보랏빛 꽃이 조금 섞여 있었는데, 사진에서는 그 색이 보이더라고요. 현장에서는 꽃이 어떤 색인지 자세히 볼 생각도 못 했어요. 아이 얼굴이 너무 작아 보여서 그것만 보고 있었어요.

엄마가 먼저 이름을 불렀어요. 저는 옆에서 같이 보고 있다가 뒤늦게 인사했어요. 고맙다는 말도 하고 싶었고, 미안하다는 말도 하고 싶었는데 한꺼번에 잘 안 나왔어요.
아빠도 이때는 휴대전화를 내렸어요. 사진을 더 남길까 잠깐 생각했지만, 셋이 같이 얼굴을 보고 싶었어요. 인사를 다 했다고 느껴질 때까지 가까이 있다가, 조금 물러났다가, 다시 봤어요.
그래서 이 구간은 사진이 많지 않아요.
마지막 얼굴 사진 다음에 한참 뒤의 사진이 이어져 있어요. 그 사이에는 아빠도 저희 옆에 있었어요.
창 앞에서는 엄마가 앉아 있었어요
화장 준비를 하면서 얼굴까지 수의로 덮었어요. 알고 있던 순서인데도 얼굴이 안 보이니까 마음이 달랐어요. 한 번만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옆에 있는 엄마가 더 걱정돼서 엄마 쪽을 봤어요.
참관하는 곳은 아래쪽이 벽이고 위쪽만 유리창이었어요. 검정 커튼이 걷힌 사이로 안쪽 설비와 관이 보였고요. 저희가 있는 공간에서 지켜보는 구조였어요.
엄마는 창에서 조금 떨어진 의자에 앉았어요. 저는 가까이 서 있었고, 아빠는 뒤쪽에 있었어요. 셋 다 전 과정을 참관했지만 계속 같은 곳을 보고 있었던 건 아니에요. 저는 창을 보다가 엄마를 보고, 다시 안쪽을 봤어요.

개별화장이 끝난 뒤에는 수습한 유골을 확인했어요. 작은 조각도 있고 조금 큰 조각도 있었어요. 그 모습을 처음 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어요.
스톤으로 만들기 전에는 이런 순서가 있다는 걸 그날 알았어요. 저는 상담 때 스톤을 선택해 놓고도, 막상 유골을 보니 잠깐 멍해졌어요. 아빠가 제 옆에 와서 같이 봤어요.
작게 받아 온 스톤
제작을 마친 스톤을 확인했어요. 작은 알들이 모여 있었고, 가까이 보니 모양도 빛깔도 조금씩 달랐어요. 연한 옥빛처럼 보이는 것도 있고, 옅은 회백색에 가까운 것도 있었어요.

사진에서는 좀 크게 보일 수 있는데 실제로는 손톱보다 작은 알들이었어요. 반짝이는 물건을 골랐다는 기분보다는, 이걸 이제 집으로 가져가는구나 싶었어요. 엄마가 한참 내려다보고 있어서 저도 옆에서 같이 봤어요.
이번에는 유골 전부를 스톤으로 제작해서 작은 스톤함에 담아 받았어요. 별도로 남은 유골함을 함께 가져온 것은 아니고요. 아빠가 차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동안 제가 함을 들고 있었어요.
집에 와서는 뚜껑을 한 번 열어 봤어요. 장례식장에서 확인할 때와 집 선반 위에 놓고 볼 때는 느낌이 또 달랐어요. 아빠가 그 모습도 한 장 남겼어요. 저는 잠깐 보고 다시 닫았고요.
아빠가 보내 준 사진 중에는 처음엔 남기고 싶지 않았던 것도 있어요. 유골을 확인하던 사진이 특히 그랬어요. 지금도 오래 보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지워 달라는 말은 못 하겠어요. 저희가 끝까지 옆에 있었다는 기록이니까요.
엄마에게 사진을 전부 보여 드리지는 않았어요. 어떤 사진부터 볼지 엄마가 고르게 했어요. 수의를 입고 누워 있는 사진에서 오래 멈춰 있더라고요. 저도 그 사진을 다시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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