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 고양이장례를 다녀와서, 빈 이동장은 바로 치우지 못했어요

집에 와서 이동장을 현관에 내려놨어요.
평소 같으면 안에 깔아 둔 수건부터 꺼냈을 텐데, 그날은 문만 열어 뒀어요.

남편이 신발을 벗다가 이동장을 어디에 둘지 물었는데 그냥 거기 두라고 했어요. 당장 들어오는 데 방해되는 것도 아니니까요. 정리할 물건은 별로 없는데, 뭘 먼저 해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유골함은 집으로 가져왔어요. 기본 유골함을 보자기로 곱게 싸 주셔서, 차에서는 제가 안고 왔고요. 집에 들어와서는 식탁 한쪽에 먼저 내려놨어요. 손을 씻고 물을 마시는 동안에도 그 자리에 있었어요.

어디에 두면 좋을지 남편과 둘러봤는데 바로 정하지는 못했어요. 물건이 많지 않은 자리면 좋겠고, 그렇다고 혼자 떨어져 있는 것 같지는 않았으면 좋겠고. 막상 작은 유골함 하나 둘 자리를 고르는데도 생각할 게 생겼어요.

우리랑 13년을 같이 살았어요.
13년 동안 쓰던 물건들을 한 번에 정리할 생각까지는 못 하겠어요. 장례 다녀오면 그다음 일도 조금은 알게 될 줄 알았는데, 집에 와서 하는 일은 또 따로였어요.

남편이 찍어 둔 사진을 보다가 그날 일을 조금 적어 봐요. 계속 현관 이야기만 하게 되는데, 장례식장에 도착해서도 제가 먼저 내려놓은 게 저 이동장이었거든요.

하남 집에서 부부가 차로 해피엔딩에 갔어요. 상담하면서 체중이 4kg이고, 둘 다 마지막까지 곁에 있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아이를 내려놓고 앉았는데 저는 자꾸 이동장 쪽으로 몸이 돌아갔어요.

비용도 그때 확인했어요. 기본 화장비는 할인 없이 20만 원이었어요. 저희는 수의와 관, 단정한 꽃장식을 추가해서 장례비가 모두 50만 원이었고요. 추가한 세 가지가 합해서 30만 원이었던 셈이에요. 각각의 가격으로 나눠 기억하고 있지는 않아요.

꽃은 너무 화려하지 않게 부탁했어요. 이것저것 더 고르기보다, 오늘 우리가 선택한 게 무엇이고 얼마인지 확인하고 나니까 다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아이를 준비대로 옮긴 뒤 몸을 닦고 털을 정돈해 주셨어요. 저는 가까이서 보고, 남편은 조금 떨어져서 휴대전화로 남겼어요. 그때는 사진을 바로 볼 생각이 없었는데 지금 보니 정돈하는 과정도 남아 있더라고요.

수의를 입힌 뒤에는 몸과 발, 꼬리까지 감싸져 있었어요. 얼굴은 볼 수 있게 해 주셨고요. 아이 크기에 맞는 관에 누워 있고, 옆에는 흰색과 크림색 꽃이 단정하게 놓였어요.

저는 서 있다가 앉기도 했어요. 남편이 옆에 왔다가 조금 비켜 주기도 했고요. 인사를 길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할 말이 많이 나오지는 않았어요. 얼굴을 보다 한마디 하고, 또 보고. 시간을 재지는 않았어요. 저희가 충분히 인사한 뒤 다음 과정으로 넘어갔어요.

화장 준비를 할 때는 얼굴까지 천으로 덮어 주셨어요. 그 장면까지 보고 나니 아까 얼굴을 더 오래 봐 둘 걸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어요. 이미 한참 보고 있었는데도요.

참관하는 곳은 설비가 있는 쪽과 유리로 나뉘어 있었어요. 아래쪽은 벽이고 위쪽만 창이라, 저는 창 앞에 가까이 갔어요. 검정 커튼이 걷힌 사이로 어두운 안쪽과 관이 보였어요. 남편은 제 뒤쪽에 있었고요. 저희 아이의 개별화장이 진행되는 동안 둘 다 그곳에서 지켜봤어요.

끝난 뒤에는 수습한 유골을 확인했어요. 전부 가루로 되어 있는 줄 알았는데 그전에는 크고 작은 뼛조각이 남아 있었어요. 가까이 가서 확인하고, 분골하는 과정도 봤어요. 제가 알고 있던 가루 형태는 그다음이었어요.

분골한 유골은 작은 기본 유골함에 담아 주셨어요. 저희는 다른 추모 상품을 추가하지 않고, 이 유골함을 집으로 가져오기로 했어요. 뚜껑을 닫고 보자기를 펴서 감싼 뒤 매듭까지 지어 주셨고요.

나올 때 남편이 빈 이동장을 챙겼어요. 저는 유골함을 받았고요. 들어올 때는 아이가 든 이동장을 조심히 내려놓는 것만 생각했는데, 나올 때는 두 사람이 들고 있는 게 달라져 있었어요.

차에 타서 보자기 매듭을 한 번 만져 봤어요. 잘 묶여 있었어요. 풀어 볼 이유도 없는데 손이 거기로 가더라고요. 집에 거의 다 와서는 남편이 주차하고 올라오는 동안 제가 먼저 들고 올라갈지, 같이 갈지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둘이 같이 올라왔어요.

집에서는 밥그릇도 그대로예요. 씻어서 넣어 둘까 하다가 물기만 닦아 놓았어요. 남편은 휴대전화 사진을 제게 보내 줬고, 저는 받은 사진을 다 열어 보지는 못했어요. 보다가 다른 화면으로 나갔다가, 다시 몇 장 보고 있어요.

사진 속에서는 장례가 순서대로 이어지는데 집에서는 별 순서가 없네요. 물 마시다가 밥그릇을 보고, 빨래를 챙기다가 이동장 안의 수건을 생각하고요. 둘이 같은 물건을 보고도 꼭 같은 이야기를 하지는 않아요.

유골함을 둘 자리는 아직 더 봐야겠어요. 남편이 선반 위 물건을 조금 옮겨 봤는데, 저는 내일 다시 보자고 했어요. 그날 저녁에는 식탁 한쪽을 비워 두고 같이 밥을 먹었어요. 먹고 난 그릇부터 치웠어요.

더 알아보고 싶으시다면

반려동물과의 시간을
조금 더 따뜻하게 기억할 수 있도록

처음 함께하는 일상부터 노령기 돌봄, 이별 준비와 장례까지.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모든 시간을 조금 더 따뜻하고 덜 후회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를 차분히 정리해두었습니다.

전화 상담 : 1899-5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