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를 준비하면서 작은 액자 하나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보호자분이 휴대전화로 보내주신 고양이 사진을 인화한 것이었다.
사진 속 아이는 동그란 눈을 뜨고 있었다.
짧고 촘촘한 회색 털에 둥근 얼굴.
잠시 뒤 장례를 진행할 아이와 같은 고양이였다.
서울 강북구에서 연락하신 보호자분은 직접 장례식장에 오실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장례가 끝나면 진행 과정을 사진으로 보내드리고, 유골함과 액자는 집까지 가져다드리기로 했다.
그날은 동료 장례지도사와 둘이서 장례를 진행했다.
강북구에서 아이만 먼저 보내셨다
보호자분은 서울 강북구에서 자영업을 하시는 40대 남성이었다.
갑자기 아이를 떠나보내게 됐는데, 하시는 일 때문에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다고 하셨다.
함께 지낸 아이는 아홉 살 브리티시숏헤어였다.
몸무게는 6.9kg.
보호자분과 함께한 시간도 9년이라고 했다.
전화 상담에서 가장 궁금해하신 건 직접 가지 않아도 장례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지였다.
개별 화장으로 진행되는지도 물으셨다.
사진과 영상을 남길 수 있다고 안내드리고, 이날은 장례를 모두 마친 뒤 기록을 정리해 한 번에 보내드리기로 했다.
보호자분이 일하시는 도중 계속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답해야 하는 방식은 아니었다.
의전 운전기사와 이동을 조율해 아이를 인계받았다.
장례식장에 도착한 뒤에는 아이의 정보를 다시 확인했다.
이동할 때 덮었던 천을 정리하니 둥근 귀와 얼굴이 보였다.
청회색 털을 가진 브리티시숏헤어였다.
머리와 몸을 받쳐 작업대로 옮겼다.
동료가 정돈하기 전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생전 사진도 함께 준비했다
이번 장례는 기본 화장비 230,000원을 포함한 700,000원 패키지였다.
염습과 고급 수의, 관, 꽃장식이 포함된 구성이었다.
왕복 픽업비 70,000원은 별도였고, 전체 금액은 770,000원이었다.
사진 인화와 액자는 이번 패키지에 무료로 제공되는 서비스였다.
보호자분이 보내주신 생전 사진을 인화해 작은 액자에 넣었다.
사진 속 아이는 눈을 뜨고 정면을 보고 있었다.
실제로 도착한 아이와 털색은 같았지만, 사진으로 보는 모습은 또 달랐다.
액자는 추모 자리에 놓기로 하고 잠시 옆에 두었다.
동료와 함께 아이의 몸을 정돈하기 시작했다.
나는 염습을 진행하고 동료는 사진을 촬영했다.
아이의 몸과 얼굴이 모두 보이도록 몇 장 남겼다.
몸을 살피고 필요한 부분을 닦았다.
입 주변과 턱 아래, 발 쪽도 정돈했다.
짧고 촘촘한 털이 눌려 있는 곳은 가볍게 손질했다.
몸을 조금 움직일 때는 머리와 목, 몸통을 함께 받쳤다.
작업대 위에서 아이를 돌려놓기보다 받치고 있던 천을 함께 움직이며 자세를 정리했다.
동료는 옆에서 과정을 촬영하고 있었다.

수의를 입히고 꽃을 놓았다
정돈을 마친 뒤 고급 수의를 준비했다.
밝은 아이보리색 천에 가장자리 장식이 있는 수의였다.
아이의 몸을 감싸고 다리까지 천 안으로 정리했다.
얼굴은 보이도록 남겨두었다.
6.9kg 아이가 편하게 놓일 수 있는 관을 준비하고 안쪽 받침을 살폈다.
몸이 한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천을 정리한 뒤 아이를 눕혔다.
둥근 얼굴 양옆으로 수의 장식이 조금 올라와 있어서 천을 낮춰 정리했다.
동료가 반대편에서도 얼굴이 보이는지 확인했다.
꽃은 크림색과 옅은 보라색을 섞어 준비했다.
관 가장자리에 놓되 얼굴 가까이는 조금 비워뒀다.
발치와 몸 옆으로 꽃을 놓고 나니 아이가 누워 있는 모습이 정리됐다.
동료가 사진을 몇 장 남겼다.

액자를 아이 옆에 세워두었다
추모 자리에는 아까 준비해둔 액자를 가져왔다.
보호자분이 보내주신 생전 사진이었다.
작은 액자를 관 옆에 세워두었다.
사진 속 아이는 눈을 뜨고 있었고, 관에 누운 아이는 눈을 감고 있었다.
동료와 나는 잠깐 그 모습을 봤다.
이번에는 보호자분이 직접 오지 못하셨기 때문에 추모 자리에 가족이 앉아 있지는 않았다.
그래도 아이의 마지막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드려야 했다.
동료가 액자와 관이 함께 보이는 사진을 찍었다.
가까이에서 아이 얼굴도 한 장 남겼다.
나는 꽃이 아이 얼굴을 가리지 않는지만 확인하고 더 손대지는 않았다.

잠시 뒤 화장 준비를 시작했다.
액자는 따로 챙겨두었다.
꽃과 화장에 들어가지 않는 장식물을 정리하고, 아이의 몸을 다시 살폈다.
수의로 감싸진 상태에서 얼굴 쪽에도 흰 한지를 덮었다.
몸이 드러나지 않도록 마무리한 뒤 화장 장소로 이동했다.
화장 과정도 사진으로 남겼다
화장 설비가 있는 곳은 보호자 참관 공간과 유리막으로 분리되어 있었다.
옆에는 커튼이 있었고, 이날은 열어두었다.
설비 쪽은 추모공간보다 조명이 어두운 편이었다.
동료는 유리막 너머에서 화장 준비 과정을 촬영했다.
나는 설비를 확인하고 아이만 따로 진행하는 개별 화장을 준비했다.
화장에 들어가는 모습도 기록으로 남겼다.

화장이 끝난 뒤에는 유골을 수습했다.
분골하기 전이라 크기와 모양이 다른 뼈조각들이 남아 있었다.
동료가 그 상태를 사진으로 찍었다.
이후 유골을 분골하고 기본 유골함에 담았다.
보호자분이 직접 계셨다면 순서대로 보여드렸을 과정이었다.
이번에는 각각 사진으로 남겼다.

기본 유골함은 무늬가 없는 아이보리색이었다.
유골을 담은 상태를 촬영한 뒤 뚜껑을 닫았다.
함 바깥쪽을 정리하고 보자기도 준비했다.
추모 자리에 놓았던 액자는 포장하기 전에 다시 확인했다.
사진이 액자 안에 잘 들어가 있었고, 유리에도 문제가 없었다.
이제 보호자분께 전달할 기록을 정리할 차례였다.
장례가 끝난 뒤 사진을 보냈다
촬영한 사진은 동료와 함께 순서대로 확인했다.
도착해서 정돈하기 전 모습부터 염습, 수의와 관, 꽃장식, 추모 자리, 화장, 유골 수습과 유골함까지.
비슷한 사진이 여러 장 있는 부분은 골라냈다.
아이 얼굴이 잘 보이지 않거나 작업하는 손에 가려진 사진도 제외했다.
보호자분이 나중에 보시더라도 어떤 순서로 진행됐는지 알 수 있도록 짧은 설명을 붙였다.
장례가 모두 끝난 뒤 사진을 한 번에 보내드렸다.
보호자분이 그 순간 사진을 보고 계신지는 알 수 없었다.
확인했다는 답을 바로 받아야 하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보자기를 준비하고 동료는 액자를 포장했다.

유골함과 사진 액자를 함께 전해드렸다
유골함은 보자기로 감싸 매듭을 지었다.
액자는 유리가 손상되지 않도록 따로 포장했다.
두 물건이 부딪히지 않게 챙겨 의전 운전기사와 반환 이동을 진행했다.
보호자분께는 유골함과 액자를 집으로 가져다드리기로 약속한 상태였다.
도착해서 보자기로 감싼 유골함부터 전달했다.
함을 먼저 받으신 뒤 액자 쪽으로 손을 내미셨다.
포장을 조금 걷어 사진이 보이게 해드렸다.

보호자분은 액자를 받아 잠깐 들여다보셨다.
휴대전화로 보내주셨던 사진이었다.
조금 전까지 장례식장 추모 자리에 놓여 있던 액자가 이제 보호자분 손에 있었다.
유골함을 어떻게 들고 이동하면 되는지 간단히 안내드렸다.
액자를 잠깐 내려놓으셨다가 다시 세워 보셨다.
나는 두 물건을 모두 받으신 것을 확인하고 인사드렸다.
돌아오는 길에는 동료와 특별히 길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장례식장에서 액자를 처음 준비할 때 생각했던 사진이 떠올랐다.
눈을 뜨고 있던 아홉 살 고양이.
보호자분이 마지막에 받아 들고 한동안 바라보셨던 것도 그 사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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